4세 소년 화상에 눌러붙은 팔 수술…부모들 "꿈만 같다"

2015-10-27

매일경제


I  화상환자 60여명 무료로 수술·진료, 살과 뼈 녹아내린 중증환자 3명은 국내 초청해 치료

◆ Medical ONE ASIA 2012 / ② 한림대 한강성심병원-매경, 몽골 울란바토르를 가다 ◆


사진설명


네 살 난 몽골 소년 우스크레르두의 눈망울은 초롱초롱 빛났고 해맑았다. 한국의 여느 아이와 전혀 구분이 안 가는 얼굴과 피부색, 장난기 어린 행동은 한국 의료진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엄마 손에 이끌려 한국 의료진을 찾은 우스크레르두는 부끄러운 듯 덩치 큰 아빠의 등 뒤로 숨었다. 엄마와 아빠의 엄한 얼굴에 마지못해 윗옷을 벗은 아이의 몸을 보는 순간, 주변 사람들은 "어쩌다가…" 하며 안타까운 탄식을 쏟아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얼마 안돼 펄펄 끓는 찻물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온몸 30%가 넘는 화상을 입는 바람에 팔과 팔꿈치, 가슴이 화상으로 녹아내린 흉터로 붙어 있어 팔을 곧게 펼 수가 없다. 우스크레르두를 진료한 장영철 한강성심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나이가 먹으면서 팔꿈치는 성장하지만 흉터는 그대로 굳어 있어 수술을 하지 않고 놔두면 관절이 탈골된다"고 진단했다. 다음날 아이는 수술대 위에 올라 장영철, 최재구 교수의 집도로 3시간 만에 새로운 삶을 맞게 됐다. 화상수술에 관한 한 국내 최고 명의로 손꼽히는 두 교수는 능수능란한 손놀림으로 커다란 흉터를 제거하고 허벅지 피부를 떼어내 팔에 이식했다. 특히 1200만원을 웃도는 210×297㎜ 크기의 인공 진피(티알엠코리아 무료 제공)를 사용해 정상인과 똑같은 피부와 함께 팔모양을 만들어줬다. 외모에 민감한 스무 살 처녀 졸자레알(21)도 한국 의료진의 손길로 잃어버린 가슴을 되찾았다. 그녀는 8년 전 가족들이 살던 게르(천막)에 화재가 발생해 허벅지와 오른쪽 젖가슴 아래쪽에 큰 화상을 입었다. 그 당시 화상으로 생긴 흉터가 가슴을 계속 끌어당겨 갈수록 통증이 심해지고 무엇보다 결혼을 앞둔 나이여서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었다. 장 교수와 최 교수는 흉터를 제거하고 허벅지 쪽에서 피부를 이식해 잃어버렸던 그녀의 가슴을 예쁘게 만들어줬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장영철 교수와 최재구 교수가 몽골 현지 의사와 함께 펄펄 끓는 찻물에 화상을 입은 어린이의 화상 부위를 수술하고 있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장영철 교수와 최재구 교수가 몽골 현지 의사와 함께 펄펄 끓는 찻물에 화상을 입은 어린이의 화상 부위를 수술하고 있다.


걸음마를 배우던 지난해 10월 게르에서 음식을 끓이던 커다란 냄비 때문에 화상을 입은 우추럴(2ㆍ여)도 한국 의료진 도움으로 새 삶을 찾았다. 우추럴은 약 3시간에 걸친 수술로 발등과 발가락에 남아 있던 흉측한 흉터들이 제거되고 깨끗한 발로 거듭났다. 우추럴의 수술은 고장휴 교수와 한국에서 연수했던 몽골의사 갈바가 집도했다. 매일경제미디어그룹과 주요 대학이 아시아 오지에서 펼치는 의료봉사활동인 '메디컬 원아시아' 프로젝트가 지난달 25일부터 7월 1일까지 몽골 울란바토르 국립중증외상병원에서 진행됐다. 이번 봉사활동에는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가 참여했다.


의료봉사팀은 나흘 동안 50명을 진료하고 화상환자 11명에게 무료로 수술을 해줬다. 또 한림대 화상센터가 출범 산파역을 했던 '제1회 몽골 화상학회'에도 참가해 몽골 의사들을 대상으로 화상 치료 및 수술기법을 소개하고 교육했다. 이번 봉사활동기간 몽골의 최대 케이블TV 손호르방송, 몽골린 메디 신문이 열띤 취재를 했고 몽골의 모든 언론이 한국 의료진의 활동상을 보도했다. 

한림화상재단은 온몸의 흉측한 흉터로 대수술이 필요한 중증화상 환자 3명을 국내로 초청해 무료로 수술해주기로 했다.

이번 초청에 따라 네 살 때 전기에 감전돼 온몸의 80%까지 화상을 입었던 알탄체체그(20ㆍ여)는 오는 10월 한국에서 꿈과 희망을 되찾을 전망이다.

생존 가능성이 10~20%밖에 안되지만 천운으로 살아남은 그녀는 또다시 행운을 잡게 됐다. 알탄체체그는 허리 부위의 살과 뼈가 녹아내려 보기에도 흉측하다. 16년 전 사고 직후 치료를 받은 것 외에 한번도 병원을 다니지 않았던 그녀는 열다섯 살이 돼서야 초등학교에 입학해 현재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비누 공장에서 일하며 알탄체체그를 비롯한 가족 8명을 책임지고 있는 엄마 어용지미크(50)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최경애 한림화상재단 사회복지사는 "입국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가급적 빨리 국내로 데려와 수술을 진행해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되찾아 주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동반가족 1명까지 초청해 수술비, 항공료, 한 달간 체류하는 비용까지 모두 부담해주고 있다. 금액으로 치면 1인당 3000만원 이상 혜택을 받는 셈이다.

한림화상재단은 윤대원 이사장과 독지가들이 기부한 후원금으로 지난 5년간 국내 화상환자 700여 명을 비롯해 필리핀,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해외 중증화상환자 22명을 초청해 무료로 수술을 해줬다.

이번 의료봉사활동에는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성형외과 장영철ㆍ최재구ㆍ고장휴 교수, 우은경ㆍ정철 성형외과 레지던트, 최경애ㆍ김혜경 사회복지사, 티알엠코리아 김두민 팀장, 자원봉사자 장혜지, 현지의사 사라, 에르덴델르게르 몬호, 다래 씨 등이 참여했다.


[울란바토르(몽골) =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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